적
이 목록에는 9개 지역에 걸친 Phantom Blade Zero의 적 102종이 있다. 기록 보관소의 도감은 항목을 지역별로 묶으며, 각 항목에는 괴면, 동물, 인형, 용체개조자 중 하나의 유형이 있다.
102 항목

관도에서 말을 타고 적을 추격하는 보랏빛 옷의 무면인들. 이들은 ‘조직’ 휘하의 결사대로, 적의 흔적을 추적하고 빈틈을 노려 기습하는 데 능하다. 멀리서는 질주하는 말 위에서도 총을 들어 정확하게 저격하며,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가까이서는 달리는 말의 기세를 빌려 양날이 달린 장도를 사납게 휘두르며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다. 이들에게 표적이 된 자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총탄에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운 좋게 도망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조직’의 추격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관도에서 말을 타고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조직’의 결사대. 손에 쥔 양날 장도에서는 서늘한 칼날의 기운과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정면 승부에 능하며, 질주하는 말의 기세를 빌려 순식간에 적의 코앞까지 파고들어 피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귀차에게는 이름이 없다. 오직 암호명만이 존재할 뿐이다. 몸 속에 심어진 ‘쐐기 명령’으로 인해 이들은 명주에게 흔들림 없는 충성을 바친다. 이번에는 새로운 명주의 명을 받아 혼을 죽이러 왔다. 어느 한쪽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추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살기에 완전히 지배당한 마을 주민의 잔해. 살기 개조가 실패하면서 본래의 의식과 생명력은 사라졌다. 걷잡을 수 없는 살의에 이끌려 칼을 휘두른다. 도법에는 질서가 없으나 힘을 아끼는 법도 없다. 괴면이 그들의 마을을 파괴했다면, 희망을 걸었던 살기 개조는 남아 있던 모든 것마저 파괴했다.

돌의 파편을 흉기로 사용하는 폭도. 주로 뒤에 숨어 기회를 노린다. 투척 실력이 정밀하진 않지만, 뒤에서 기습하면 상대하기 까다롭다. 잡초처럼 질기고 영악하게 살아남으며 굶주림과 폭력을 견뎌 왔다. 골목에서 돌을 던지며 놀던 어린 시절은 이미 아득한 옛 일이 되었다.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순진함이라면, 살기 개조를 통해 어떻게든 이름을 떨쳐 보겠다는 희망 정도일 것이다.

거친 갈고리 가시가 돋은 조잡한 장창을 들고 모닥불 주변을 배회하는 폭도. 맹공이 통하지 않으면 창끝에 불을 붙여 화염을 두르고 공격한다. 다른 청의폭도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살기 개조에서 버린 것 또한 더 많았다.

커다란 방패를 움켜쥔 폭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을 발휘해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려 적을 내리찍거나, 무작정 돌진해 들이받는다. 거흉 도끼처럼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면 이들의 방패를 빠르게 파괴할 수 있다. 살기 개조로 인해 이들은 얼굴도, 제정신도 잃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두 가지 명령만이 남아 있다. 눈앞의 모든 것을 막아 내고, 등 뒤의 마을을 지키는 것. 비록 지금은 그들의 등 뒤에 지켜야 할 마을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한 손에는 단도, 다른 손에는 원형 방패를 든 폭도. 자세는 제법 그럴듯하나 자세히 보면 허점투성이다. 공격을 시작할 때는 느리고 거둘 때는 급하며, 방패를 들면 하체가 빈다. 그래도 몸놀림이 날래니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고생하기 쉽다. 어느 스승에게 배운 초식이 아니다. 시장의 투기장이나 표행대가 쉬어 가는 곳에서 어설프게 눈으로 익힌 것이다. 노잣돈을 모아 스승을 찾으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의 양식과 노부모의 약값을 헤아리면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반면 살기 개조는 짧으면 며칠이면 됐다. 돈도, 먼 길을 떠날 필요도 없었다.

낡은 황의를 걸치고, 쇠가시가 빼곡한 조잡한 낭아봉을 휘두르는 폭도. 높이 뛰어올라 기세를 실어 내려찍거나 흉기를 연달아 돌려 휘두르며 사납게 몰아붙인다. 그 황의는 본래 마을 일꾼의 표식이었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고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도록 입힌 옷이었다. 이제 그들에게 호통칠 사람은 없다. 가면에 얼룩져 가는 붉은 핏빛만이 끝없는 폭행을 증언한다.

거구의 폭도. 팔다리에는 강한 살기가 깃들어 있으며, 늘 선두로 뛰어들어 쌍도끼를 난폭하게 휘두른다. 전투가 길어져 갈증이 극에 달하면 주변의 혈기를 빨아들여 자신을 회복한다. 그 대상에는 동료도 예외가 없다. 과거에는 마을을 떠받치던 든든한 일꾼들이었다. 어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고기마저 그들에게 먼저 내주곤 했다. 괴면이 마을을 습격했을 때도 가장 앞에서 도끼를 들었고, 살기 개조를 받을 때도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피와 살이,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먹이가 되어버렸다.

살기에 완전히 지배당한 마을 여인들의 잔해. 괭이를 마구 휘둘러 파고 찍는다. 힘은 그다지 세지 않으나 움직임이 몹시 빠르다. 아마도 아직 밭일을 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밭을 갈던 괭이를 꽉 쥔 채, 작황과 땔감이며 양식의 값을 희미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밭은 이미 황폐해졌고, 가을걷이는 다시 오지 못한다.

기름병을 지니고 다니는 광녀. 개조를 거친 두 손은 더 이상 화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껏 불을 흩뿌려 살아 있는 것을 화염으로 물어뜯는다. 이제 등잔 기름을 아끼려 셈할 필요도 없다. 살기 개조에 실패한 것들로 만들 수 있는 기름은 쓰고도 남는다. 밤을 환히 밝힐 불바다를 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

쌍곡괭이를 든 광녀. 돌격에 능하며 매섭고 잔혹한 공세로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괴면이 마을을 파괴하고 가족들이 참혹하게 죽자 더는 미련이 남지 않았다. 이웃 마을에서 괴물에 맞설 사람들을 모아 함께 개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들은 우물을 파던 곡괭이를 들고 허술한 철갑을 걸친 채 함께 길을 나섰다.

살기탑을 배회하는 폭탄객. 탑 안의 어떤 물건을 찾아 몸속에서 날뛰는 살기를 억누르려 한다. 등에 진 거대한 폭탄 때문에 걸음은 무겁다. 그러나 적을 만나면 살기에 이끌려 쫓아가 동귀어진한다. 불을 두른 공격으로 폭탄을 더 빨리 터뜨릴 수 있다. 본래 벽력당의 문인들이었다. 한때는 자신들의 새롭고 독창적인 기술을 자랑하며, 화약과 기계 장치의 묘미를 모르는 무인들을 고리타분하다며 비웃었다. 등에 진 '폭탄'에는 화약과 살기를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조의 폐해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

피부에 황동빛이 도는 승려. 날랜 몸놀림과 묵직한 권각을 지녔으며, 온몸의 뼈와 근육을 순식간에 쇠처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주변을 돌며 상대를 떠보다 빈틈을 포착하면 몸을 날려 강한 주먹으로 무너뜨린다. 본래 고엽사 승려들이었다. 스승의 행방을 찾으러 살기탑 깊숙이 들어갔다가 함정에 빠졌다. 살기 화로가 폭발해 동문의 절반 이상을 삼켰고, 간신히 버틴 이들도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살기를 머금은 녹은 구리가 쇠와 같은 몸을 벼려 냈지만, 이성마저 태워 버렸다.

살기 개조자의 썩은 시체를 먹은 뒤 성질이 변한 광견. 털가죽이 넓게 벗겨져 붉고 짓무른 살이 드러나 있다. 무리 지어 다니며 움직임이 빠르다. 사나운 짖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갑자기 덮쳐 온다. 전에는 주인을 위해 괴면을 물어뜯었다. 시간이 지나자, 제 주인마저 물어뜯는 법을 배웠다.

온몸에서 썩은 내가 나는 폭도. 살갗은 검푸르지만 가슴 한가운데만 붉다. 쌍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광기가 치밀면 제 손목을 그어 독혈을 흩뿌리기도 한다. 대부분 개조에 실패한 잔해였다. 구덩이와 골짜기에 버려져 썩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마을 사람이 목숨을 구해 준다는 붉은 실을 얻어 와 몸과 가면에 감았다. 그러자 썩은 시체들이 정말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탄내와 썩은 내가 진동하는 폭도. 검푸른 살갗은 혼돈의 불꽃에도 타지 않는다. 뒤틀린 자세로 온 힘을 다해 혼돈의 불이 붙은 기름병을 던진다. 이들은 그 사악한 불꽃을 숭배한다. 끝없는 광기 속에서, 옛날 화롯가에 둘러 앉았을 때의 따뜻함과 평온을 되살려 주는 것은 오직 그 불 뿐이다.

단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광녀. 움직임이 빠르고 가벼우며, 방어에는 서툴러 정면 승부는 피하는 편이다. 주로 본능적으로 적의 측면을 맴돌다가 순식간에 여러 자루의 단검을 연달아 던진다. 그녀들이 던지는 칼날은 한때 베개 밑에 숨겨 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쓰던 물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기 개조는 그 공포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한 살의로 바꾸어 놓았다.

때 묻은 흰옷을 걸친 광녀. 검푸르게 변한 살갗에는 붉은 실이 여러 겹 얽혀 있으며, 그 실은 얼굴의 가면까지 이어져 있다. 그녀들은 장과를 크게 휘둘러 공격한다. 움직임은 뻣뻣하지만 거칠고 사나우며, 한 번 크게 휘두르면 가까이 다가온 적을 모조리 밀쳐 낸다. 살기 개조 이후, 그녀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썩고 문드러졌다. 애써 붙잡으려 했던 지난 날의 기억도 함께 사라져 갔다. 비를 피하던 집, 아궁이 위의 밥, 아이의 이름까지…… 이제는 그 무엇도 되찾을 수 없다.

박도를 든 산적. 허름하고 낡은 방어구를 걸쳤으며, 무거운 가면으로 살기를 억누른다. 도법은 변변치 않지만 모래를 뿌려 시야를 가리는 잔꾀에 능하며,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 그들도 한때는 정파에 몸을 의탁하려 했다. 입문하려면 먼저 예물을 바쳐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곡식과 옷감을 몇 바구니씩 가져다 바쳐도, 누구 하나 그들을 산문으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 결국 분노한 그들은 정파 인사 몇을 베어 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이후 살기 개조로 얻은 힘에 기대어 제멋대로 살아가고 있다.

박도와 방패, 장궁까지 챙겨 든 산적 고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익힌 것은 없지만, 타고난 힘과 배짱으로 이것저것 제법 흉내 낸다. 정석과는 거리가 먼 거친 수법이지만 위력만큼은 만만치 않으며, 틈이 보이면 곧바로 활을 당겨 화살을 날린다. 그들의 도발에 넘어가 함부로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칼로 방패를 두드리는 행동은 상대를 도발하는 동시에 주변의 동료를 불러 모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칭 ‘고수’라면, 사람을 끌어 모아 기세를 세우는 정도의 허세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을 타고 약탈을 일삼는 무리. 박도와 원형 방패, 장궁을 지니고 있으며, 말 위의 높은 위치에서 흉포하게 내리치거나 질주하며 화살을 연달아 쏘는 데 능하다. 말에서 떨어져도 지닌 무기로 공격을 받아 내며, 노련한 산적 못지않게 거칠고 악랄한 초식을 펼친다. 두목과 마찬가지로 말을 타고 산을 순찰하는 정파 제자들을 시기하며, 말 등에 올라야만 신분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단의 역마를 거듭 털었고, 그 기동력을 빌려 약탈을 더욱 거리낌 없이 벌였다.

화염 도법을 조금 익힌 산적. 화려한 붉은색을 좋아해 허름한 방어구 위로도 붉은 천 옷이 유난히 눈에 띈다. 평소에는 모닥불을 지키고 있다가 적을 만나면 기름에 적신 칼날에 불을 붙여, 불길이 휘감긴 칼로 거칠게 베어 낸다. 불은 맹수를 쫓아내고, 때로는 강자와 약자의 차이마저 무너뜨린다. 그들이 불을 힘으로 삼듯, 살기 개조 또한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에 지나지 않는다.

마른 체격에 몸놀림이 가벼운 비적. 과거 지붕과 담장을 넘나들던 재주는 이제 기습과 은신에 쓰이고, 담을 넘고 구멍을 파기 위해 익혔던 비도술은 목숨을 끊는 흉기가 되었다. 한때 그들은 더 많은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기 개조를 받았다. 얼굴에 쓴 우스꽝스러운 웃음 가면은 살기를 억누르는 동시에, 자신들이 해롭지 않은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광기에 잠식되고 말았다. 때가 타고 점점 검게 변해 가는 웃음 가면은 오히려 그들의 기괴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 뿐이다.

화려한 웃는 가면을 쓴 비적. 행실이 경박하고 손가락을 까딱이며 도발하는 모습은 더욱 오만방자하다. 불 마름쇠를 여러 개 지니고 다니며 조롱하듯 연달아 던진다. 땅에 떨어진 화기는 잠시 뒤 굉음을 내며 폭발해, 주위를 뜨거운 불바다로 만든다.

물에 능해지기 위해 살기 개조를 받은 수행방 제자. 목에 아가미 틈이 생겼고, 눈은 튀어나왔으며, 입은 넓고 입술은 두꺼워졌다. 온몸에는 푸른 비늘이 돋아 영락없는 물고기 꼴이 되었다. 덕분에 물속에 몸을 숨기고 물길을 따라 달아나는 데 매우 능하다. 흉측한 모습으로 적을 놀리다가 동료를 불러 모아 포위해 공격하기도 한다. 이제는 조금만 큰 연못이라도 이런 놈들이 출몰한다. 한때 정파를 도와 괴면을 모조리 없애겠다고 큰소리치던 일은 아마 본인들조차 잊었을 것이다.

순박하게 웃는 얼굴이 새겨진 인형. 그 얼굴은 언제나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논두렁이나 돌길에서 넘어져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금이 가도, 여전히 순박하게 웃는다. 마치 실에 조종당하듯 살아 있는 것을 향해 달려들 때조차, 그 미소는 변하지 않는다.

마을 아낙의 모습을 한 인형. 얼굴은 제법 곱게 조각되어 있다. 약 2년 전부터 마을에는 이런 인형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망가지고 기괴한 모습도 아니었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할퀴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대부분 이런 수상한 인형을 꺼려 가까이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몰려들어 구경하곤 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다가가 ‘마을 미인 누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면 ‘촌화누이’는 가끔 손을 들어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노인의 모습을 한 인형. 마을 사람의 의식을 인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듯, 하나같이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마을이 아직 황폐해지기 전에는 괴면을 누가 쫓아냈는지를 두고 주민들이 자주 다투곤 했다. 누군가는 정파의 협객들이 물리쳤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성모님이 마을을 지켜 주셨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마을의 노인들은 “성모님이 정파의 협객들을 보내 우리를 구해 주신 것”이라며 싸움을 말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을 떠도는 인형은 점점 늘어났고, 멀쩡한 주민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다툼을 말려 줄 사람도 거의 남지 않았다. 대신 기괴한 인형들이 자신의 머리를 비틀어 뽑아,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세차게 내던질 뿐이다.

서생의 모습을 한 인형. 하지만 손에는 경전도 없고, 입에서는 성현의 가르침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혼돈의 불꽃을 뿜어내며, 성모님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려 한다. 이들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십수 년 동안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마을을 떠나 세상에 나선 뒤에야 출세의 길에는 집안과 권세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깨달았다. 아무리 큰 뜻을 품어도, 자신들의 꿈은 권세가들에게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모든 희망을 잃고 마을로 돌아온 이들은 밤낮으로 성모님께 절을 올렸다. 꿈속에서조차 성모님이 재앙의 불길을 내려, 세상의 모든 불공평을 태워 없애 주기만을 바랐다.

마을 장로의 모습을 한 인형. 머리 주변에는 기이한 푸른빛이 감돌며, 사람을 발견하면 자신의 머리를 뽑아 땅에 내던진다. 떨어진 머리는 잠시 뒤 폭발해 넓은 범위에 독안개를 퍼뜨린다. 처음에 장로들은 마을의 사당을 성모님을 모시는 사원으로 바꾸는 일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만 있어도 조상을 욕되게 한다며 크게 꾸짖었다. 하지만 나무 인형이 마을 곳곳에 점점 늘어나자, 장로들의 반대 목소리도 차츰 잦아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들 역시 잠들기 전, 몽차가 내려 준 붉은 꽃을 머리에 꽂기 시작했다.

여인의 모습을 한 거대한 인형. 몸에서 나무 인형 아이들을 끊임없이 ‘낳아’ 내며, 태어난 아이들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뛰어다닌다. 언제부터 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를 바라는 소원을 적은 비단 꽃을 몽차가 내려 준 약에 넣고 끓여 마신 뒤 붉은 꽃을 쓴 채 잠들면 아들딸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그대로 따라 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어째서 나무 인형이 되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했다. “후후…… 역시 성모님은 영험하시구나!”

완성도가 높은 여성형 인형. 몸이 유연하고 움직임이 매우 자유롭다. 마을 주민을 본떠 만든 인형보다 훨씬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재질도 더 가볍다. 마치 실에 매달려 조종되는 것처럼 허리와 팔다리를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각도로 꺾어 움직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치명적인 공격을 펼친다. 이 인형에 옮겨진 의식은 기억과 감정, 인간성 대부분이 제작자에 의해 강제로 제거된 상태다. 남은 것은 오직 살육에 가장 적합한 본능뿐이다. 그리고 자신은 처음부터 하나의 무기로 태어났다고 굳게 믿고 있다.

완성도가 높은 남성형 인형. 체격이 건장하며, 마을 주민을 본떠 만든 인형보다 훨씬 정교하고 단단하게 제작되었다. 몸 곳곳에 금이 가더라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마치 실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자세로 빠르게 움직이며, 갑작스럽게 공격을 펼친다. 제작자는 이 인형에 옮겨진 의식에서 고통을 느끼는 감각을 지우는 대신, 원래 가지고 있던 강한 인내심과 끈기는 일부러 남겨 두었다. 그 결과 이 ‘무기’들은 더욱 끈질기고 두려움이 없으며, 동시에 감정에도 무뎌져 있다.

'양'체 인형의 불량품. 두 팔로 몸을 지탱한 채 움직이며, 기괴한 자세로 바닥을 빠르게 기어 다닌다. 틈을 노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적에게 달려든다. 안에 갇힌 의식이 원래 무인이었기 때문인지, 움직임은 매우 거칠고 위협적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모습은 광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체 인형의 불량품. 몸도 머리도 없고 허리와 다리만 남았으나, 차고 밟고 짓이기며 마구 돌진한다. 안에는 의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잔해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살아남으려는 본능이다.

황동검과 황동 원형 방패를 사용하는 '음'체 인형. 상대의 빈틈을 빠르게 파악하며, 방패로 공격을 정확히 흘려낸 뒤 곧바로 반격한다. 사용하는 초식도 다양해 상대하기 까다롭다. 과거 마을 사람들은 이런 인형들이 법기처럼 생긴 황동검을 들고 괴면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몽화성모가 마을을 지켜 주는 기적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 인형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오랫동안 괴면과 싸워 온 정파 인사들의 의식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감사하며 떠받들었던 ‘기적’은 결국 인형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꾸며 낸 연극에 불과했다.

장창과 황동 원형 방패를 사용하는 '양'체 인형. 관절과 무게중심이 더욱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어 공격은 강하고, 방어는 안정적이다. 방패가 부서진 뒤에도 창을 놓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인형의 몸은 지치지 않는다. 그 안에 갇힌 의식 또한 편히 잠들 수 없다. 결국 이 감옥 같은 몸속에서 자신이 갇혔다는 분노와 원망을 끝없이 되새길 뿐이다. 표정으로 분노를 드러낼 얼굴도, 괴로움을 토해 낼 목소리도 없다. 이미 불완전해진 의식은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그래서 남은 모든 분노를 오직 창 끝에 쏟아 붓는다.

얼굴이 완전히 텅 빈 구멍처럼 변해 버린 청의검객. 휘하의 백의제자들보다 검술이 훨씬 능숙하며, 용체 개조를 거친 뒤에는 더욱 노련해졌다. 칼을 뽑는 속도는 바람처럼 빠르고, 공격은 거칠면서도 흔들림이 없다. 이미 개조를 받은 이상, 그것이 자의였든 아니든 정파 연맹에게는 적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이제 그들에게는 돌아갈 곳도, 몸을 숨길 곳도 없다. 방진 역시 이미 죽은 마을이나 다름없어 편히 머물 장소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파의 진영을 벗어나 방진으로 돌아가려 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고향을 보고 싶어서. 그리고 혹시 아직 살아 있는 가족이나 동향 사람을 몇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얼굴이 완전히 텅 빈 구멍처럼 변해 버린 청의창병. 과거에는 여러 백의제자들을 이끌던 인물이었다. 창술이 매우 뛰어나며, 허투루 내지르는 공격이 없다. 목을 노리는 단 한 번의 찌르기만으로도 제자들이 보름은 연구할 만큼 정교한 실력을 지녔다. 당시 용체 개조의 부작용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방진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남은 힘을 이용해 괴면을 하나라도 더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또한 완전히 이성을 잃고 산송장이 되기 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창을 거꾸로 돌려 차가운 창끝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댄 순간, 그들 중 누군가는 잠시 망설이고 말았다.

얼굴이 완전히 텅 빈 구멍처럼 변해 버린 청의기병.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며, 돌진하는 기세를 그대로 실어 날카롭게 찔러 들어온다. 가로막히면 곧바로 말을 돌려 반격하기 때문에 쉽게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력보다 인맥 덕분에 청의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옷을 입고 나니 부끄러움과 열등감 역시 함께 따라왔다. 그래서 일부는 용체 개조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려 했다.

피로 물든 가면을 쓴 의사. 두 팔을 대신한 가지와 덩굴로 여제자들의 살기와 생명력을 빨아들여 자신과 괴면을 치료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개조를 받기 위해 스스로 두 팔을 잘라낸 것인지, 아니면 두 팔을 잃은 뒤 개조의 힘에 의지하려 한 것인지는 이제 본인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는 그런 사실에 관심도 없다. ‘심장’을 잃어버린 의원들은 이미 피와 살기의 달콤함 속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여인의 모습을 한 인형. 품에 금을 안고 우아한 자세로 연주하지만, 맑은 음색 속에는 살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음악을 살육에 사용하면서부터 음률은 이미 흐트러졌다. 인형이 쏘아 보내는 푸른 음파를 방어하면, 남아 있던 소리가 되돌아가 인형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 방진에 역병이 퍼지자 자매들은 대부분 도망쳐 흩어졌고, 의지할 친척조차 없는 그녀들만 남았다. 다행히 낭군이 반드시 데리러 와 함께 도망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들은 유일한 의지처인 금을 꼭 끌어안고 마을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한 낭군 대신 그녀들에게 닥친 것은 혼을 옮기는 사악한 술법이었다.

가희의 모습을 한 인형. 정교하지만 쉽게 부서진다. 뺨에서 목까지 끔찍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의식이 몸에 봉인될 때 절망 속에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다 생긴 상처다. 아름답던 노랫소리는 이제 쉰 비명으로 변했다. 그녀들은 몇 번이고 목으로 손을 뻗어 보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끔찍한 구멍뿐이다. 혼란과 고통에 사로잡힌 그녀들은 산 자에게 손을 뻗는다. 그들의 목을 찢어, 따뜻한 피와 살 속에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용체 개조를 받은 백산파의 여성 척후병. 서슬 퍼런 기세와 매서운 발차기로 적을 압박하며,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쇠뇌를 지녀 거리를 벌려 싸우는 데 능하며,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나 사각에 숨은 채 갑자기 화살을 쏜다. 용체 개조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들은 이미 위험을 넘나드는 삶에 익숙하다. 적진을 살피고, 소식을 전하고,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기 어려운 곳에 잠입한다…… 한 걸음마다 죽음이 도사린 강호에서,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풍전등화 같은 백산파를 지킬 수 있겠는가?

용체 개조를 받은 백산파의 쌍자 호법. 손목을 털면 한 쌍의 자가 꽃잎처럼 빠르게 회전하고, 교전 중 빈틈을 노려 던지는 단검은 유성처럼 날아간다. 예전의 가볍고 우아한 몸놀림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냉혹함과 결연함만이 짙게 배어 있다. 그녀들은 백산파의 혼란을 직접 겪었다. 독고영학이 일으킨 참극도, 위기에 처한 문파를 필도도가 맡게 된 순간도 지켜보았다. 문파를 다시 일으키는 길은 멀고 험했다. 그녀들은 장문인과 끝까지 함께하며 곤륜삼걸을 도와 괴면에 맞서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곤륜삼걸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과연 그녀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는가?

섬뜩하리만치 거대한 칼날을 어깨에 멘 붉은 옷의 광녀. 야위고 굽은 몸은 허약해 보이지만, 육중한 무기를 휘두를 때면 바람마저 찢어 놓을 괴력을 뿜어낸다. 마구 내리치고 베는 몸짓에는 초식도 법도도 없다. 눈앞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짓이기려는 흉포함만이 있을 뿐이다. 정파도, 가족과 벗도, 연인도, 신불조차도 의지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살기 개조대에 몸을 눕혔다. 오직 제 두 손과 칼 한 자루로 이 절망스러운 세상을 베어 가를 수 있기를 바라며.

좌상의 명령을 직접 받는 귀차 정예. 흰 관모와 장화를 갖추고 서늘한 빛이 감도는 흰옷을 입었다. 냉정하고 침착하며, 적을 마주해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근접전에서는 공수 모두 뛰어나고, 칼을 휘두르는 동작은 간결하면서도 빠르고 강하다. 칼을 거두고 내지르는 사이 권총 사격을 섞어 공격하니, 원거리와 근거리를 넘나드는 공세에 빈틈이 거의 없다. 죽음의 땅이 된 방진에서 이들은 부하들을 이끌고 그림자처럼 순찰한다. 거리를 봉쇄하고 안뜰을 점거하여 마을의 모든 것을 좌 명주의 통제 아래 둔다.

화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조직’의 귀차. 주로 높은 처마와 지붕 위에 몸을 숨긴다. 손에 든 화총은 사거리가 매우 길어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저격할 수 있으며, 잠시 조준한 뒤 연속 사격으로 적을 압박하기도 한다. 근접전에 능한 동료들과 달리, 어둠 속에 잠복한 이 살수들은 더욱 무서운 인내심과 냉혹함을 지녔다. 그저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길 순간만을 기다린다.

커다란 인형 탈을 쓴 ‘수명문’의 살수. 손에 든 큰 칼과 어우러져 탈에 그려진 웃는 얼굴이 더욱 음산하고 섬뜩해 보인다. 이들은 중원의 기예를 맹신해, 이 탈이 수명을 늘리고 액운을 누르며 살기 개조의 부작용을 억눌러 준다고 믿는다. 또한 온갖 곡예와 잡기가 신력을 몸에 깃들게 한다고 굳게 믿어, 그 몸놀림을 자신들의 무공에 녹여 넣어 요란하고 광란에 찬 도법을 익혔다. 이런 사술이 정말로 신통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몸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어, 이제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

강력한 쇠뇌를 사용하는 정파 제자. 대부분 높은 곳에 주둔해 사방을 경계한다. 중갑과 쇠뇌의 무게 탓에 움직임은 느리지만, 적의 기색을 감지하면 날카로운 호각으로 경보를 울리고 화살을 쏜다. 강적이 접근해오면 무거운 쇠뇌를 둔기처럼 휘둘러 맞받아 칠 수도 있다. 초소를 지키는 이 정파 제자들은 대체로 눈치가 빠르며, 폐단이 가득한 정파 연맹의 실상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황행자가 '용체 개조'를 시행하기 전까지는 부패를 청산하는 것은 빈말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 이 술법은 그들에게 오랜 병폐를 피로 씻어낼 힘을 가져다 주었다.

너덜너덜한 군복을 걸친 광녀. 긴 창을 들고 돌진해 오는 일이 잦다. 쳐내고 얽어 막고 찌르고 치켜올리는 초식 하나하나가 매섭고 빨라, 아직 정파 창법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녀들은 한때 제 몸을 지키고자 정파를 따라 무예를 익혔다. 그러나 창법을 가르치고 끝까지 지켜 주겠다고 맹세했던 이들은, 어느 날 ‘새로운 법문’을 두고 군영의 동도들과 뒤엉켜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싸움에서 이겼으나 얼굴도 이성도 잃고, 괴면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 그녀들 역시 그 살기 개조대에 몸을 눕히는 것 외에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한때 자신들을 지켜 주었던 이들을 어떻게 막아 내야 할지, 이 미쳐 버린 세상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황행자 휘하의 정예 무인들. 검은 바탕에 금빛 무늬가 새겨진 철가면을 쓰고, 갈색 모피와 갑옷을 겹쳐 입어 산속에서는 주변 풀숲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활과 검을 능숙하게 다루며, 화살로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근접전으로 맞서 싸운다. 이들은 본래 정파의 무인이었으나, 정파의 위선에 환멸을 느껴 오래전 시골로 내려가 은거했다. 그러다 황행자의 부름을 받고 다시 합류해 용체 개조를 받았다. 그와 함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파를 재건하며, 온갖 부조리와 불의를 뿌리 뽑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때 산토끼와 기러기를 사냥하던 그들의 화살은 이제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황행자 친위대의 정예. 단도를 즐겨 쓰며, 발놀림이 유난히 날렵하고 종잡을 수 없다. 전투 중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순식간에 비도를 던질 뿐 아니라, 기이한 술법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돌연 나타나 허를 찌르기도 한다. ‘용체 개조’ 덕분에 그들은 이미 충분한 힘을 얻었다. 더는 자리만 차지한 채 제 구실을 못 하는 정파 수뇌부 때문에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 허영에 눈먼 탐욕스러운 쥐새끼들에게 온갖 아첨을 늘어놓을 필요도, 권세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는 위선자들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이 황금 가면을 쓰고, 정파의 썩어 빠진 폐단을 모조리 뿌리 뽑으며 당당히 위세를 떨치기로 결의했다.금의 망설임도 용납되지 않는다.

황행자 휘하의 정예. 철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옷을 입었으며, 두꺼운 등의 대도를 든다. 초식은 굳세고 힘으로 교묘함을 깨며, 신법은 귀신처럼 빠르다.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나타날 때 무거운 칼이 이미 정수리에 떨어진다. 옛 전장에서 그들은 진 앞에서 먼저 돌격하는 결사대였다. 공명과 부귀를 구하지 않고, 괴면을 남김없이 베기만을 바랐다. 이제 정파의 위명을 되찾으려 개조를 받고 괴면의 얼굴을 썼다. 성정은 손에 든 철도처럼 더욱 굳고 차갑다.

낚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수행방의 제자들. 적과 마주하면 낚싯대로 물속의 잡동사니를 낚아 올려 상대에게 던지곤 한다. 처음 수행방에 들어온 것도 그저 수행방이 차지한 낚시터가 탐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무림을 위해 뭔가 해 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용체 개조를 받아 정파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낡은 배에 앉아 온종일 낚시나 하고 새우나 잡으며, 틈틈이 술 한잔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목에 문어를 두른 수행방 제자. 각법이 매섭고 공세가 야만적이다. 특제 개화탄을 지녀, 맞히는 순간 사방으로 튀는 번개가 사지를 마비시킨다. 괴면이 날뛴다는 소식이 이 사내들의 혈기를 깨웠다. 살기 개조와 손수 만든 탄약으로 괴면을 남김없이 무너뜨리려 한다.

온몸에 독안개가 감도는 비적. 던지는 비도 또한 마찬가지다. 물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는 데 능하고 기회를 엿보며 습격한다. 옛날 한차례 절도가 발각되어 황급히 도주하던 중 탁한 정체수에 빠졌고, 그 뒤로 기이한 병에 걸려 온몸이 헐어 독이 생겼다. 살기 개조를 시행해도 오장육부의 헐어짐을 막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의 그들은 우스꽝스러운 가면 뒤에 숨은 부패하고 광기 어린 잔해일 뿐이다.

물고기 머리 모양의 잠수 투구를 쓴 수행방 제자들. 작살을 무기로 사용하며, 작살을 휘두를 때는 파도를 가르는 듯 힘차고, 몸을 날릴 때는 물고기처럼 날렵하다. 때로는 작살을 공중으로 던져 적을 단숨에 꿰뚫으려 한다. 이들이 쓰는 잠수 투구는 본래 수중 무공을 펼칠 때 사용하던 장비였다.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것도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살기를 억누르기 위해 하루 종일 투구를 벗지 못하게 된 뒤로, 이들의 머리는 점점 물고기를 닮아 가기 시작했다.

장도를 든 수행방 제자. 도법은 비할 데 없이 사나워, 끓는 살기를 휘감아 연달아 내려치니 받아내기 어렵다. 칼 모양이 노 같고, 수면을 무겁게 치면 사람을 삼킬 듯한 파도를 일으킨다. 살기 개조 초기에는 공력만 불고 정신은 맑아, 사기를 눌렀다 여기고 기뻐했다. 배와 군량을 갖추고 밤낮으로 단련하며, 방주가 명하기만 하면 장도를 휘둘러 괴면을 갑옷 한 조각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

벽력당의 화약은 본래부터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지만, 일부 제자들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여겨 화약에 독약까지 섞어 위력을 더욱 높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맹독이 오히려 이들의 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중독이 심해진 제자들은 피부가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온몸에 고름이 가득한 종기가 돋아났다. 다급해진 이들은 살기 개조와 독약을 결합하는 방법까지 시도했다. 등에 짊어진 ‘폭탄’에 독기와 살기를 모아 두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스스로를 벽력당의 또 다른 ‘신형 화기’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개조당한 승려들. 이제는 살기탑의 수문장이다. 피부는 쇠처럼 굳어 깨지지 않고, 두 주먹은 천 균의 힘을 지닌다. 근래 방진에 이변이 겹친다. 먼저 희몽산장에 변이 생겼고, 관 밖 무림인이 마을에 자주 나타나며, 괴병이 퍼진다…… 신도들은 살기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자주 난다고 한다. 모든 이상의 근원을 찾으려 고엽사를 떠나 살피러 갔다.

개조당한 승려들. 이제는 살기탑의 수문장이다. 병기는 구환도이며, 강철 몸과 이미 하나인 듯하다. 사형들이 살기탑을 살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커졌다. 그 탑은 본디 살기 개조의 장소로, 기이한 장치가 많다. 나쁜 뜻을 품은 자가 이를 이용한다면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탑에 들어가 사형들의 행방을 찾았다.

개조당한 승려들. 이제는 살기탑의 수문장이다. 곤법은 강맹하며, 고엽사의 무공 중 하나다. 탑에서 오래 끓어오른 노심이, 승려가 다가온 순간 사악한 살기를 뿜었다. 피할 틈도 없이 살기가 온몸에 스며 이성을 삼켰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그들은 며칠째 행방이 묘연했던, 쇠로 빚은 듯한 동문 사형들을 보았다.

빙한의 무공과 살기 개조를 결합한 수행방 제자. 손에 든 초승달 모양의 긴 낫을 휘두를 때마다 매서운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기척을 감추는 데 능해 끝없이 펼쳐진 눈밭에 몸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다 기습을 가한다. 한때 얼음낚시를 즐기며 일 년 내내 혹한의 물가를 떠돌던 어부들은 이제 눈밭에서 유독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냥꾼이 되었다. 하지만 유룡차로 눈 덮인 지면을 강하게 내리치면 그 충격으로 위장을 벗겨 내고 모습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

악사의 자세를 한 인형. 얼음으로 만든 악기를 안고, 열 손가락으로 뜯는 순간 차가운 소리가 서리 칼날이 되어 사방을 얼린다. 그 안에 옮겨진 의식은, 한때 한 지방에 이름난 풍류객이었다. 그들은 금의 소리로 기쁨과 슬픔을 전했지만, 이제는 차가운 몸 안에서 생기 없는 살벌한 소리만 거듭 연주할 뿐이다.

거문고를 든 인형. 백발에 흰옷을 걸쳤으며 온몸에는 한기가 감돈다. 거문고 소리가 울려 퍼지면 살기가 짙어진다. 인형이 연주하는 파란 음파를 막아야 인형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처음에 강호인들은 공연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그녀들에게 현 위로 눈발이 흩날리도록 환술 한두 가지를 가르쳤다. 그러다 손에 쥐여진 푼돈에 마음이 움직여 성모님을 위해 곡을 짓고 가사를 쓰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약방과 탕약 한 사발이 주어졌다. "이걸 마시면 괴병에 걸려 인형이 되지 않을 거야."

'수명문'에서 온 영매 살수. 신법은 기괴하고 출몰이 종잡을 수 없다. 쌍도와 가면이 모두 무기다. 정수리의 장검을 뽑으면, 남을 베는 동시에 반드시 자신도 벤다. 관 밖의 피비린내 나는 모래바람이 그들의 피에 굶주린 광기를 키웠다. 살육은 선택이 아니라 법이다. 그들은 패자의 피로 칼날을 닦거나 자신의 피로 땅을 적신다.

팔에 합금 화포를 장착한 '양'체 인형. 온몸에는 전투 흔적이 가득하고, 자기 손포의 반동으로 생긴 균열도 보인다. 이것이 발사하는 특수 탄약은 땅속으로 숨어들어, 뼛속까지 파고드는 병처럼 끝까지 추격한다. 그들은 몽차 계획의 일부이다. 뇌당이 이 인형에게 제압당하면 기회를 틈타 그의 의식을 추출해 이런 인형에 주입하려는 것이다.

온몸이 황금으로 덮인 인형. 팔꿈치 아래 양팔은 거대한 가시로 대체되었다. 인형에 주입된 의식은 본래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었던 정도 제자들의 것이었다. '수명문'은 그들에게 이무림에 존재하는 더 위대한 것을 엿보게 했다. 한때 경악과 공포가 그들을 휩쓸었으나, 그 뒤로 경건함만이 이 파편화된 의식이 가진 유일한 것이 되었다. 이 뒤틀린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그들은 인형의 약한 팔을 직접 뜯어내고 날카로운 가시로 교체하여, 성모님의 강림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제거한다. 또한 뜨거운 황금을 몸에 부어 스스로 성모님께 사랑받을 만한 모습으로 꾸미며, 조금이라도 자비를 얻고자 한다.

날카로운 철톱 우산을 든 인형. 우산을 회전시키며 살수를 쏟아내지만, 오히려 동작은 우아하고 화려하다. 성모님께서 우아한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인형에 깃든 의식은 본래 희몽산장의 희극 배우였다. 예전 그들은 정원에서 비단 우산, 종이 우산을 휘두르며 사람들의 환심을 샀지만, 지금은 성모님께 살육의 춤을 바친다. 그들은 '그릇급' 인형이 되기에는 모자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성모님을 모실 수 있다면, 산산조각 나는 한이 있어도 지고한 영광일 뿐이다.

귀면 방패를 든 양체 인형. 온몸에 음산한 자줏빛 귀기가 감돈다. 방패에 새겨진 금강은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려, 분노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적을 위압하는 듯하다. 방패를 든 자세는 철벽처럼 빈틈이 없고, 방패의 입에서는 혼돈의 불꽃을 뿜어낼 수 있다. 창술은 기괴하고 악랄하며, 온몸에 금이 가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무기로서 여러 차례의 선별과 혹독한 훈련을 거친 그들에게서는 인간다운 감정이 이미 지워졌다. 부서진 의식 속에 무언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오직 흔들리지 않는 믿음뿐일 것이다. 성모낭랑이 강림하면 새로운 세상을 걸을 수 있는 몸을 내려 주리라 굳게 믿는다.

무거운 화극을 든 양체 인형. 두 발 대신 날카로운 칼날이 달려 있다. 칼날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지면을 스치며 이동하고, 회전과 활주를 이용해 기습한다. 화극에 응축된 뼛속까지 시린 한기를 적의 몸에 찔러 넣는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인형이 되기를 택했다. 성모를 위해 싸우다 이미 혈육의 몸이 망가졌기에, 그 육신을 버리고 피도 흘리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차가운 껍데기 속에서 독실한 살육을 이어 간다.

공중에 떠다니는 '음'체 인형의 머리.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고, 부서진 두개골 안에서는 혼돈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이무림의 끔찍한 존재들이 이들의 몸을 불태웠다. 그 안에 갇힌 의식은 모든 것을 파괴할 만큼 무시무시한 공포를 엿보고, 영원한 섬망과 광기에 빠졌다. 이들은 마주치는 모든 산 자의 머릿속에 자신이 엿본 끔찍한 심연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 거의 쉬지 않고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커다란 인형 탈을 쓴 여자. 두건의 얼굴은 반은 환하게 웃고, 반은 눈물을 흘리며 운다. 날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만 바라보고, 밤마다 베개에 엎드려 울부짖은 탓에 두건 한쪽이 눈물에 젖어 번지더니, 마침내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픈 얼굴로 굳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강호의 칼 빛을 멀리하고, 평생 평안하고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다. 임종 전 유서를 남겨, 요사스러운 것의 꾐을 삼가 조심하라 당부했다…… 그러나 그 유서는 그녀의 손에 닿을 기회가 없었다. 아버지가 없으니 집이라 부를 곳도 없다. 그녀는 가면을 쓴'수명'의 일원을 믿었다. 그들이 아버지를 찾아 주리라 여겼으나, 그들은 그녀를 개조하고 두건을 씌워 다시는 벗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아직도 아버지를 찾지만, 자신처럼 의지할 곳 없는 인형들만 만났다. 그래서 그들을 ‘친구’라 부르며, 함께 지나가는 이를 막고 가족의 흔적을 찾는다. 그녀를 해치려는 자는, 먼저 그녀의 ‘친구’를 상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