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의원, 동전으로 장식된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평범한 의원을 뛰어넘는 의술로 개조자들의 추앙을 받았으나, 치료를 위해 흡수하는 살기와 생명력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스승의 비극은 선한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사제의 모습을 보며 고행이 반드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를 근거로 그는 반평생 헛되이 보내고 의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자신에게 합당한 핑계를 찾았다.
방진에 용체 개조자가 만연하자, 그는 반전의 기회를 손에 넣었다. 치료를 빙자해 개조된 백산의 제자들을 유인하고 뒷골목에서 살기를 마구 흡수했다. 약탈한 살기를 쇠락한 자 몇몇에게 베풀어 며칠의 숨 돌릴 틈을 주었으니 자유롭고 통쾌한 나날이었다. 그의 손에 치유받은 이들은 세상의 신의라 칭송하지만, 개조자들의 시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가면의 동전은 달랑거리고, 그는 달콤한 살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신다. 그가 이 개미같은 자들에게 생명을 내린 것이니, 생사를 좌우할 진정한 신의는 바로 자신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