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앙상하게 야윈 백의의 여인. 마른 우물을 지키며 연인의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몇 번이고 노래한다. 그녀의 헛된 꿈을 감히 깨뜨리려는 자는 모두 칼날이 된 긴 소매와 감옥 같은 환술에 휘말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예전에 그녀는 '지고자'의 제자가 거문고 소리로 수많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직접 보고, 망설임 없이 그 문하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고자'가 가르친 것은 또 다른 살기 개조의 방법에 불과했다. 그녀는 노래와 환술을 하나로 잇는 길을 얻지 못하고, 도리어 날로 일그러지고 망가져 가는 얼굴만 얻었다. 사악한 길에서 벗어나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준 것은 연인이 보낸 편지였다.
구사일생으로 사문을 빠져나온 그녀는 가면으로 망가진 얼굴을 가리고 살기를 억누른 채, 연인과 약속한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드넓은 방진 어디에도 그 익숙한 모습은 없었다. 기이한 술법으로 그를 찾아 헤맸지만, 찾아낸 것은 연인이 남긴 한 가닥 사념뿐이었다.
그는 생전에 그녀의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우물가는 그녀의 무대가 되었고, 그녀는 노래와 꿈에 갇힌 사람이 되었다…… 계속 노래하기만 하면 사랑하는 이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입을 열 때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올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