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버려진 사자무관 깊숙한 곳. ‘점정’으로 깨어난 열염존주는 강철 사자머리를 높이 들고, 이인자 노막과 다시 사자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불타는 매화 말뚝 사이를 뛰어오르고 몸을 뒤집으며 예전과 다름없는 호흡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한때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던 위엄 있는 춤은 이제 목숨을 앗아가는 흉포한 살육의 춤으로 변해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사자춤은 고대의 액막이 의식에서 시작되어, 세상이 평화로워지면서 점차 복을 기원하는 춤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호가 혼란에 빠지고 괴면이 날뛰기 시작하자, 열염은 옛 문헌을 다시 연구해 사자춤에 무공을 접목했다. 또한 제자들과 함께 사자탈에 구리와 철을 덧대고 날카로운 칼날을 달아, 뛰고 구르는 동작을 적을 처치하는 기술로 바꾸었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거리를 돌며 사자춤으로 복을 빌었고, 괴면이 습격하면 철제 사자탈에서 불길을 뿜어 사악한 존재들을 물리쳤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깊은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섣달 그믐날 밤, 몽차가 꾸민 함정에 빠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종소리가 살기를 자극해 열염은 통제력을 잃었고, 결국 몽차에게 용체 개조를 당해 가면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평생 사악한 존재를 물리치는 데 헌신했던 두 사람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남은 의지로 경맥을 강제로 봉쇄해 살육 충동을 억누르고, ‘채청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평생 갈고닦은 절학을 그에게 전수하고, 그의 손을 빌려 조종당하는 자신들의 목숨을 끝내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