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실험장을 지키는 ‘그릇급’ 악사 인형. 현자와 쌍둥이처럼 닮은 모습이다. 비파를 가볍게 뜯으면 심장을 뒤흔드는 선율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그녀의 초식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의 무공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해 허점이 존재한다. 음파와 푸른 음파 칼날을 정확히 막아 내면 오히려 그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녀를 만든 자는 ‘0번’에 필적하거나, 나아가 그를 뛰어넘는 인형을 만들고자 했다. ‘옥찬’은 바로 그 계획에서 탄생한 인형 중 하나였다. 육가촌 주민들의 의식을 옮겨 담은 수많은 인형 가운데 뛰어난 성과를 보였지만, 끝내 제작자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굳센 정신력 덕분에 그녀는 혼을 옮기는 고통을 견뎌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무공의 기초가 부족하다는 한계만큼은 결코 극복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가 잘하는 것은 남의 무공을 흉내 내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작자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벌은 점점 가혹해졌다. ‘옥찬’은 그저 더욱 필사적으로 비파를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자신도…… 자신도 어떻게 될 수 있을까? ‘0번’이 될 수 있을까? 그토록 오랜 고통을 견디게 해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그녀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연습을 거듭할수록 한 가지 사실만은 더욱 분명해졌다. 자신은 영원히 ‘0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