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혼과 약속했다. 겨루게 된다면 서로 전력을 다하자고. 그래서 이번 싸움에서 그녀의 몸놀림은 번개처럼 매서워, 나아가고 물러서며 몸을 옮기는 데 조금의 빈틈도 없다. 두 팔에는 힘이 가득 실려 한 초식 한 초식이 묵직하고 견고하다. 옥요와 철 귀에게 전수받은 절학이 그녀의 몸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폭발하니, 그 기세를 막을 수 없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 혼이 갑자기 떠나며 남긴 수수께끼, ‘조직’ 안에서 일어날 듯 말 듯한 격변, 그리고 그녀를 향한 주변의 관심과 걱정.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마음속에 차근차근 정리하며, 침착함을 잃지 않고 가장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 애썼다.
‘조직’의 일을 수습한 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을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 직접 그와 맞서 답을 듣고 싶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서, 그의 숨김과 말없는 떠남, 그리고 제멋대로 혼자 짊어지려는 태도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분하고 불안했는지 알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칼날이 부딪혀 불꽃이 튀고, 수없이 엇갈리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멈춘 그때, 그녀는 이미 자신만의 답을 얻었다. 눈앞의 사람은 여전히 예전의 혼이었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았다.
그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 그녀가 직접 진실과 답을 찾아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