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곡호 북쪽의 한 섬에서 혼은 다시 유룡과 마주친다. 그는 거의 본능에 이끌리듯 이곳으로 돌아왔다. 부서진 용머리 투구에서는 살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손에는 수행방의 보물인 ‘유룡차’를 들고 있다.
예전의 절도 있는 초식은 이미 사라졌다. 공격은 광기에 휩싸여 거칠고 흉포해졌으며, 밀려드는 파도마저 모두 적을 죽이기 위한 힘으로 변했다.
그에게도 한때는 혈기왕성하고 충동적이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호쾌한 기세로 강호의 협객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고, 정파를 도와 괴면과 싸우는 데 앞장 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살기에 잠식되어 이성마저 거의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남은 한 줄기 정신을 붙잡고, 어떻게든 이곳까지 돌아왔다.
다만 그는 잊고 있었다.
수행방의 본거지는 이미 예전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였다.
방도들은 아가미와 비늘이 돋은 물고기 머리 괴물로 변해, 한때 목숨 걸고 지키겠다 맹세했던 어촌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 따뜻한 국과 술을 내어 주며 그들을 반기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없다. 누군가는 두려움과 실망을 안고 멀리 달아났고, 누군가는 이미 괴물들에게 잡아먹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유룡은 아직도 방주로서의 책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제,
그가 지켜야 할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