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에 피어난 붉은 꽃은 마치 성모님이 내리뜬 눈동자처럼 보인다. 찬란한 빛 아래, 백적련의 몸을 감싸던 붉고 푸른 비단이 한데 모여 네 마리의 거대한 구렁이로 변한다.
구렁이들은 전갈처럼 머리를 치켜들고, 톱날처럼 몸을 회전시킨다. 때로는 단숨에 공격한 뒤 물러나 기회를 엿보고, 때로는 땅을 뚫고 솟아올라 진을 펼쳐 백적련을 보호한다. 뱀의 진을 무너뜨려야만 그녀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한때 그녀의 목숨은 풀잎보다도 하찮았다. 죽음을 앞둔 순간, 몽롱한 환상 속에서 성모님을 마주했다. 성모님은 그녀에게 붉은 실 한 가닥을 내려 주었다. 뱀처럼 가늘고, 인연처럼 끊어지지 않는 실이었다. 그 실은 끊어져 가던 목숨을 이어 주었고, 그녀를 다시 살아 돌아오게 했다.
그 뒤로 백적련은 뱀을 원수들의 목에 감았다. 조금씩, 조금씩 조여 가며 그들이 공포와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너무나 간단했다. 그리고 너무나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더러운 무림을 완전히 정화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성모님 뿐이다……
그런데 자신은 어째서 이토록 쓸모없는 것일까?
고작 이런 곳에 갇혀……
이런 고통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뱀을 바치고, 이 몸을 바치고, 가진 모든 것을 바친다……
아직 성모님께 바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을까? 무엇을 더 바쳐야, 비로소 진정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