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뱀 모양의 쌍검을 사용하는 여인. 초식은 변칙적이고 잔혹하며,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위험성을 잊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들의 끝은 대개 참혹했다.
1년 전, ‘조직’과 곤륜삼걸이 힘을 합쳐 맞섰던 ‘4대 괴면’ 중 한 명이 바로 백적련이었다. 당시 전투 도중 현자의 비파가 산산이 부서지며 강대한 환술이 폭발했고, 숲 전체를 집어삼킨 환영 속에 백적련까지 갇히고 말았다.
환술에 뒤틀린 거울 숲에는 해도 달도, 삶도 죽음도 없다. 남은 것은 끝없는 망각과 공허뿐이다. 백적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뱀들을 풀어 흩어진 비파를 찾게 하는 것뿐이었다.
비파를 다시 맞추기만 하면 성모님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을 구해 줄 것이다.
뱀은 뱀을 낳고, 사라진 뱀의 자리는 또 다른 뱀이 채웠다. 뱀들은 끊임없이 숲을 오갔지만, 비파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백적련은 점차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화가 나면 뱀 몇 마리를 베어 버리고는 게으름을 피운다며 욕했다. 밖에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렸다며, 서로 짜고 자신을 속인다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뒤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죽인 뱀들을 묻어 주었다. 새로 부화한 어린 뱀들을 달래며 말했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미워하지 말라고.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아직 성모님께 자신은 쓸모가 있다.
분명 비파를 다시 맞출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