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묘지에서 썩어 가는 시신을 뜯어 먹는 여자, 소설. 그녀는 살아 있는 자든 죽은 자든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을 굶주린 눈으로 바라본다. 손에 든 쇠스랑을 마구 휘두르며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환영 여러 개를 불러내기도 한다.
지난해 피난길에서 소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협객들이 그녀를 구해 주었고,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며 무공까지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대영 앞에서 괴면들과 싸우던 날 끝나고 말았다. 자신에게 안전한 곳에 숨어 있으라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조차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을 찾아 나섰을 때 발견한 것은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훼손된 시신 몇 구뿐이었다.
소설은 시신들을 묻어 주고 어지럽게 흩어진 흔적을 정리한 뒤, 협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식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먹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다시 굶주림이 찾아오자, 소설은 눈앞의 부드러운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땅을 파면 채소 뿌리와 고구마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