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롱산 정상의 성모님 사당에는 곤륜삼걸 중 한 명인 황행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용체 개조를 받은 그는 가면 투구를 쓰고 있으며, 왼팔은 팔꿈치 아래부터 정교한 기계 장치로 바뀌어 있다. 이를 이용해 혈적자로 멀리 있는 적의 목을 낚아채 베어 내고, 가까이서는 검을 휘두르며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용체 개조에 반대하던 수많은 이들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그들의 피로 새로운 길을 열고자 한다.
정파 지도부는 부패했고, 제자들은 나약했다. 권력을 쥔 자들은 결단력이 없었고, 결단력 있는 자들은 권력도 세력도 없었다. 대사저 옥음자는 강호의 규칙에 지나치게 얽매였으며, 같은 문파의 형제이자 혈육인 묵기자는 우스울 만큼 순진했다……
이러한 불공평과 고리타분한 관습 때문에 혈전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이 헛되이 목숨을 잃었다. 애초에 이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공자’와 손잡고 옥음자와 현자를 몰래 해쳤다. 대영에서는 용체 개조를 강행하며 점점 더 잔혹하고 독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휘하의 정예들을 이끌고 가롱산을 점거한 뒤에는 자신을 토벌하러 온 정파의 ‘위선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심지어 묵기자를 상대할 때조차 조금의 인정도 베풀지 않았다……
이제 그의 눈앞에는 새로운 무림과 새로운 영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발아래 짓밟혀 부서진 시체들을 굳이 내려다볼 필요는 없었다.